'신라면 29초 영화제' … 헤어날 수 없는 강렬한 맛 영상에 담다

입력 2019-02-26 21:21   수정 2019-02-26 21:26



한 여성이 비닐봉투를 들고 걸어가다 무심결에 남자랑 부딪힌다. 봉투 안에 있던 신라면, 파, 과자 등이 와르르 쏟아진다. 여자는 물론,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남자도 서둘러 물건을 주워담는다. 그러다 ‘신라면’을 동시에 주우려던 두 사람의 손이 스친다. 각자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진다. 특히 남성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다짜고짜 도망을 친다. 신라면을 손에 꼭 쥔 채로.

최용석 감독이 ‘신라면 29초 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신라면은 중독이다’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2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8층 다산홀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누군가와 ‘썸’을 타는 것보다 중요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먹고 싶은 강렬한 신라면의 중독성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농심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는 ‘나에게 신라면이란’을 주제로 열렸다.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신라면의 이야기를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냈다. 지난 1월 17일부터 2월 15일까지 진행한 공모엔 일반부 718편, 청소년부 167편 등 총 885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중 일반부 9편, 청소년부 4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청소년부 대상을 받은 임실초등학교 정가영 감독의 ‘멈출 수 없는 즐거움’도 중독성을 다뤘다. 초등학교 교실 안, 선생님은 칠판에 수업 내용을 적다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아이들에게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는 눈치다. 이때 카메라가 한 아이를 비춘다. 책상 위에 책을 세워놓고는 그 뒤에 숨어 신라면을 먹고 있다. 삶지 않고 잘개 뽀개 양념을 뿌려 먹고 있다. 소리가 크게 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매워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재밌다. 결국 선생님에게 걸려 벌을 서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신라면을 먹는다. 어떤 순간에도 멈출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는 메시지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변하지 않는 것’을 출품한 이준형 감독이 차지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처럼 등산에 나선다. 잠시 쉬어가는 중, 아버지는 아들에게 컵라면으로 된 신라면을 건낸다. “여기까지 와서 무슨 이런 걸 먹어요. 더 맛있는 거 먹지”라는 아들의 투정에 아버지는 일단 한번 먹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장면이 전환되고, 어린 아이가 보인다. 아들이 낳은 아이다. 둘은 산에 오르고, 아이는 라면 말고 다른 걸 먹자고 한다. 하지만 아들은 한번 먹어보라며 아이에게 권한다. 아버지와 신라면을 통해 나눴던 따뜻한 정(情)을 시간이 흘러 자신의 아이와 함께 나누는 것이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나에게 신라면은 여자친구다!’를 만든 서울공연예술고 김종진 감독에게 돌아갔다. 여자친구가 없는 ‘솔로부대’에 어느 날 비보가 들려온다. 한 대원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다. 패닉에 빠진 솔로부대는 그를 찾아간다. 그는 맛있게 신라면을 끓이고 있을 뿐이었다. “제게 여자친구는 이 신라면 뿐입니다”라는 대원. 이들은 함께 신라면을 나눠 먹으며 우정을 다시 확인한다. 그런데 갑자기 “신라면 더 사왔어”라며 어떤 여성이 들어온다. 대원의 여자친구다. 이 작품은 재치있는 반전이 웃음을 안겨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김소영 감독은 ‘우리 함께 라면 if’ 를 출품했다. 일본 유학 중인 한 여성이 신라면을 끓이고 있다. 그 방법이 다양하다. 참치를 넣기도 하고, 식초를 넣기도 하고, 노른자가 터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끓인다. 모두 가족의 취향에 맞춘 것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신라면을 끓여 먹으니 그들과 함께 있는 것만 같다는 표정이다.

청소년부 우수상은 안수림 감독의 ‘심장박동’에게 돌아갔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한 남성. 의료진은 그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지만 심장박동이 멈춰 버리고 만다. 그런데 갑자기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병실 밖에서 사람들이 먹는 신라면 냄새 때문이다. 눈을 뜬 남성은 이렇게 말한다. “아 살맛 난다.”

이밖에 박찬우 감독의 ‘맞선’, 이선명 감독의 ‘우리 집 식탁 위에 라면 한 개가 놓여있었던 이유’, 강명준 감독의 ‘라면 한 그릇에, 이야기 하나’가 일반부 특별상을 받았다. 대지고등학교 정다은 감독은 ‘해장라면’으로 청소년부 특별상을 차지했다. 유제업 감독의 ‘무슨 라면’, 주형민 감독의 ‘내가 끓인 첫라면’, 최윤영 감독의 ‘This is SHINRAMYUN’은 일반부 장려상을, 양지고등학교 노근형 감독의 ‘나의 가족’은 청소년부 장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시상식엔 박형록 농심 부사장, 민현선 농심 마케팅기획실장, 김종준 농심 제품마케팅실장, 이봉구 한국경제신문 경영지원실장,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과 수상자 및 가족 등 1180여 명이 함께했다. 걸그룹 에이프릴의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일반부 대상 500만원 등 2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시상식엔 진풍경도 펼쳐졌다. 본격적인 식에 앞서 신라면 컵라면을 시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다함께 먹고 즐기는 축제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농심 라면들의 맛을 보고 어떤 제품인지 맞추는 ‘라믈리에’ 이벤트도 펼쳐졌다. 정답을 맞추는 이들에겐 라면과 무릎담요 등이 제공됐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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